‘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산’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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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고, 가운데 ‘안도라’ 라는 조그마한 나라가 있는 곳을 아시나요?
그곳은 바로 '피레네 산맥' 입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청정 산악지역으로
비교적 자연이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한 연구팀이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의 ‘외딴 산악 유역(remote mountain catchment)’ 한 곳을 골라,
약 5개월 동안 비·눈·먼지에 섞여 떨어지는 미세플라스틱을 채집한 결과를 발표 했습니다. (국제 학술지 Nature Geoscience 발표)
그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하루 평균 약 365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m²가 떨어지고, 그 형태는 주로 주로 섬유(fibres)형대로 옷, 로프, 텐트 등 합성섬유 조각과 포장재·필름·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진 조각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그냥 “조금 있다” 수준이 아니라, 파리에서 측정 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강하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산이라 깨끗할 거야”라는 우리의 믿음과 달리, 이미 산악지역도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종착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이 산까지 날아왔을까요?
연구가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바로 이것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바다·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기 중을 타고 이동하는 오염 물질이라는 것입니다.
1) 바람을 타고 수십~수백 km 이동, 어디에나 존재한다.
플라스틱이 햇빛·마찰·파도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 그중 일부는 먼지처럼 가벼운 입자가 됩니다.
이 입자들은 도심, 산업단지, 도로, 농경지 등에서 바람을 타고 수십~수백 km 이상 이동할 수 있습니다.
피레네 산맥 연구에서도, 주변 인구밀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지는 것이 관측되었고,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장거리 대기 이동(long-range atmospheric transport)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이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어디가 가장 오염됐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줄이고 피할 수 있냐?”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2) 구름·눈·비에 섞여 ‘하늘에서 내리는 플라스틱’
이렇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구름에 섞였다가 눈·비와 함께 지표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에서 시작된 이 연구는 지금 전 세계 여러 산악지역·극지방·고산 호수로 확장되어 비슷한 결과를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알프스와 북극의 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대량 검출된 연구들이 연달아 발표됐고,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플라스틱 비(Plastic rain)’, ‘하늘에서 내리는 플라스틱’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청정 산악지역”이라는 표현은 그저 풍경이 아름답고 사람 발길이 적다는 뜻일 뿐, 오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포기하거나 체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생산·포장 방식 변화 요구, 정책·규제·연구 지원 확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청정한 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그렇듯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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